넥센타이어, 미착원재료 역대 최대…배송은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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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타이어 업계 시장점유율 3위 ‘넥센타이어’의 재고자산이 무섭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만 해도 역대치를 찍었는데요. 아무래도 올해 코로나 19 사태 여파로 주 거래처인 완성차 업계가 공장문을 자주 닫다보니 시장점유율이 3사 중 가장 낮은 넥센타이어의 재고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늘어난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좀 특이한 게 보입니다. 넥센타이어의 재고자산 항목 중 ‘미착 원재료’, 그러니깐 타이어를 만들기 위해 여러 재료들을 주문했는데 아직 수령하지 못한 물품 비중이 유난히 많은데요. 재료를 사기 위해 물건값은 지불했지만, 배송 중이거나 배송되지 않아 현재 넥센타이어의 창고에는 없는 자산이 많다는 겁니다.


일단 수치로 한번 볼까요.넥센타이어의 작년 말 연결 기준 재고자산 규모는 3854억원입니다. 전년(2018년 말)치 3036억원 대비 약 20% 증가한 수치이자 역대 최대 규모인데요. 올 상반기는 이보다 더 늘어난 3881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이 중 미착 원재료는 2018년 말 723억원에서 작년 말 842억원으로 늘었고, 올 상반기는 사상 처음으로 1000억원 대를 넘어섰습니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 전체 재고자산 중 미착 원재료 비중 역시 26.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의 전체 재고자산 중 미착 원재료 비중인 7.3%,7.4% 보다 약 4배 가량 더 높은 수준입니다.

게다가 당장 제품 제조에 들어갈 ‘원재료’ 보다도 많습니다. 미착 원재료는 1004억원에 달하는 데 반해 원재료는 464억원에 그칩니다. 원재료가 미착 원재료보다 2~3배 이상 더 많은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와는 꽤 대조적인 셈이죠.

넥센타이어의 미착 원재료 비중이 올해만 유독 높다면 “코로나 때문에 배송이 늦어져서 그럴 수도 있겠지”라고 생각할 법도 한데, 넥센타이어의 경우 오랫동안 미착 원재료 비중을 높게 유지해왔다는 점에서 코로나를 탓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회계적 관점에서 미착 원재료 비중이 높다는 건 일종의 ‘경영 전략’일 수 있습니다. 미래 매출처가 많아질 것에 대비해 재료들을 미리미리 준비한다는 개념인거죠. “포스트 코로나를 앞두고 영업이 나름 잘되고 있다. 그래서 미리 재료들을 쟁여 놓을려고 한다” 이런 식의 해석이 가능해 보입니다.

그런데 마냥 이렇게 좋은 뜻만 있는 건 아닌 듯 보입니다. 넥센타이어의 외부 감사법인이 높은 미착 원재료 비중을 콕 찝어 ‘핵심 감사사항’으로 지목했기 때문인데요. ‘위험’이란 단어까지 사용했습니다.

작년 말 넥센타이어의 감사를 맡고 있는 한영회계법인은 감사보고서를 통해 “미착원재료는 운송 중이거나 다른 곳에 보관돼 있어 실물을 확인하기 어렵고, 다양한 구매조건에 따른 통제의 이전 시기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미착 원재료를 인식하는 시점에 따라 이에 대응되는 부채가 과소 또는 과대 계상될 수 있고, 제조공정으로의 투입을 인식하는 시점에 따라 당기손익과 미래손익이 왜곡될 수 있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곤 “미착 원재료의 실재성을 유의적인 위험으로 식별하겠다”며 다음과 같은 감사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했습니다.

우선 ▲전년 미착원재료에 대해 표본추출방법을 이용해 송장 및 무역서류 확인 ▲타처에 보관된 미착원재료에 대한 외부조회도 확인 ▲보고기간 말 전 후 발생한 매입거래에 대한 재고자산과 매입채무의 기간 귀속을 확인하는 절차를 수행 ▲전기 대비 미착원재료의 변동과 관련해 연결기업의 전략, 원재료 가격 변동, 환율 변동 등 분석적 절차를 수행하겠다고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미착 원재료는 제품이 도착만 하면 다음 회계년도에 원재료 계정으로 계상됩니다. 그런데 미착 원재료가 계속 누적 돼 급기야 주문한 게 어떤 제품이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 오면 그만큼을 ‘원인모를 손실’로 떨어내야 합니다. 수익성 타격이 불가피하겠죠. 상대적으로 미착품 비중 큰 넥센타이어에겐 타격이 더 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감사법인이 미착 원재료의 높은 비중을 ‘위험’이라고까지 보는 데에는 다른 의미도 있지 않나 싶은데요. 과거의 경우 일부 기업들은 해당 항목을 악용해 비자금을 조성하는 사례가 종종 있었습니다. 회계감사를 할 때 미착 원재료는 각종 증빙서류를 통해 검증할 수 있지만, 증빙 서류가 가짜일 경우에는 실제로 존재하는 자산인지 확인이 어렵죠. 그래서 이를 핑계로 자금을 빼돌린 후 미착품으로 반영해 비자금을 조성하곤 했습니다.

2004년 호텔롯데가 수입 미착품 계정을 이용해 140억원의 비자금을 만들다 적발됐고, 대한항공도 재고자산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719억원의 분식회계를 하다 2005년 공시를 통해 자백한 바 있습니다.

한영이 넥센타이어의 높은 미착 원재료 비중에 대해 “실재성을 유의적인 위험으로 식별하겠다”고 한 데는 바로 이런 가능성까지 염두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해당 항목을 통해 일시적으로 자금을 끌어 모은 위 두 기업과 달리, 넥센타이어의 경우 일종의 경영 관행 처럼 선매입을 통해 재고 관리를 해왔다는 점에서 회계 부정과 연결하는 데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다만 작년 말 감사법인이 핵심 감사 사항으로 지목한 이후에도 미착 원재료 비중이 계속 늘어나 역대 최대 규모에 달하고, 이미 앞선 몇몇 기업들이 해당 항목을 악용해 왔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여러 가능성은 열어두고 예의주시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이승연 기자(ysy@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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