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의문②, 이대로 가면 공멸이라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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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기 힘든 말이 국책은행장의 입에서 나왔습니다. 지난 19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온라인기자간담회에서 한 발언입니다.

“우선 여러분 잘 아시다시피 왜 이 시점에 하느냐 왜 급하게 하느냐 하는데 글로벌 항공운송사업은 전세계를 걸쳐 대지각변동 중이다. 항공운송업의 대호황 이후 찾아온 코로나 위기로 항공운송업은 붕괴 위기다. 전세계 모든 선진국과 중진국에서 엄청난 규모의 정부지원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지원이 추가로 또 검토되는 곳도 있지만, 정부의 대규모 지원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구조조정을 계획 발표하는 곳도 있다. 유나이티드에어의 경우 2만5000명 감원, 캐세이퍼시픽도 감원 계획을 밝혔다. 합종연횡도 활발하다. 이건 대지각변동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하는가, 환골탈퇴해야 한다는 징후다. 우리 국적사도 이대로 가면 공멸이다. 그 조치로 항공산업의 중장기적 경쟁력 강화 위해 결단을 내리게 됐다”.

“이대로 가면 공멸”이라는 말이 눈에 들어오는데요. 이 말을 듣는 순간 의아함을 느끼는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많았습니다.

이동걸 회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산업은행은 그동안 다 죽어가는 항공사에 수조원의 자금을 쏟아부은 꼴이거든요. 특히 지난 9월11일 2조4000억원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신청하고 승인받은 일은 산업은행이 주도적으로 벌인 일입니다. 다 죽어가는 아시아나항공을 위해 국가 자금을 신청하고 지원받게 한 꼴이죠.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기금 지원받고 “희망이 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국민세금으로 자금을 지원해놓고 불과 2개월 지나서 이제 합병하지 않으면 파산한다는 말을 들으니 이율배반적으로 들릴 수 밖에요. 다 죽어가는 항공사라는 판단에도 불구 국책은행장이 지난 1년여간 자금을 쏟아붓는 의사결정을 한 거라면 누가봐도 ‘청문회’ 열릴 일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대로 가면 공멸인지 여부, 팩트체크 해 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2~3분기 실적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은 3분기에 7311억원의 매출, 58억원의 영업이익, 2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습니다. 대한항공은 1조5508억원의 매출액과 7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으나 미국 소재 호텔 법인의 4000억원대 손상차손 영향으로 3846억원의 당기손실을 봤고요. 지난 2분기에는 아시아나항공이나 대한항공 모두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네요. 화물운송 운임 상승 덕이기도 하고 비용 절감 덕이기도 합니다. 외환손익 덕도 좀 봤고요.


미국 4대 항공사의 실적과 비교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델타에어라인, 유나이티드에어라인, 아메리카에어라인, 사우스웨스트에어라인은 3분기에 모두 조단위 적자를 봤습니다. 한진칼의 백기사로 나섰던 델타에어라인은 매출이 3조4203억원이었지만 당기순손실은 무려 6조83억원에 달합니다. 일본항공(JAL)도 대규모 적자죠.

아시아나항공의 한 직원은 “세계에서 흑자를 본 항공사는 아시아나항공이 유일하다”며 “2개 분기 연속 흑자 항공사도 아시아나항공이 유일하다”고 말합니다. 비용을 줄이는 구조조정이 이미 진행되고 있어 가능했다고 합니다. 고질병이었던 과다한 리스료도 구조를 정비해 지속해서 줄어들고 있다고 하네요. 모든 세계 항공사 실적을 전부 비교해보지는 않았으나 유럽 항공사들도 모조리 대규모 적자를 봤으니, 이 말은 신뢰해도 될 듯 합니다.

“이대로 가면 공멸”이라고 말한 이동걸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의 2개분기 실적이 일시적이고 지속가능하지 않은 실적이라고 말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늘 지적돼 왔던 재무 상황 때문이죠. 과다한 부채비율은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던지지요.


아시아나항공의 3분기말 기준 부채비율은 2432%입니다. 생존이 가능한지 의문이 드는 부채비율입니다. 부분 자본잠식이 진행돼 있고 연말 수치에 따라 관리종목 지정 가능성이 있어 현재 논란이 있긴 하지만 균등감자를 추진하고 있고요. 대한항공은 737%네요. 그런데 우리나라 항공사만 이렇게 부채비율이 높은 것은 아닙니다. 델타에어라인은 2256%이고요. 유나이티드에어라인그룹은 774%입니다. 아메리카에어라인그룹은 완전자본잠식에 빠져 있습니다. 사우스웨스트에어라인과 일본항공은 대규모 적자에도 아직 건실합니다.

눈여겨 봐야할 항공그룹이 있죠. 아메리칸에어라인그룹입니다. 2013년 미국 3위 항공사였던 아메리칸에어라인이 5위였던 유에스에어웨이를 흡수합병해 탄생한 항공그룹입니다. 합병 당시 세계 최대라면서 항공업계를 떠들썩하게 했죠. 야심차게 대형화를 꾀했으나 지금은 완전자본잠식으로 다시 위기네요. 합병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사례입니다. 유나이티드에어라인그룹은 유나이티드항공이 2010년 콘티넨탈항공을 인수해 탄생한 항공그룹이고요. 그리 썩 좋은 실적을 내거나 훌륭한 재무상태를 보이지는 않고 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이 독자 생존을 하는게 나은지, 대한항공과 합병을 통해 대형항공사로 변신하는게 나은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고요. 항공업 종사자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있습니다. 그러니 “이대로 가면 공멸”이라는 선언은 최소한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거죠.

‘공멸’의 대상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사전적 의미는 다 함께 죽는다는 뜻입니다. 이동걸 회장은 기자간담회 발언 중간에 “여러분들한테 신중하게 부탁의 말씀 드리며 시작하겠다. 우리가 장난으로 던지는 돌, 무심코 던진 돌맹이에 연못에 사는 개구리는 등 터진다. 흥미 위주로 등 터지는 항공 종사자들 있다. 신중하게 국익을 위해 무엇이 중요한지 생각하며 기사를 써달라”라고 했는데요.

정말 신중하게 판단을 하고 말을 해야 하는 쪽이 누구인지는 한번 생각해 볼 문제 아닐까요.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가장 억울해하는 점은 부실 경영을 주도한 대주주가 이제서야 떠나고 산업은행 말대로 코로나 위기가 끝날 때까지 허리띠 졸라매면 살아날 것 같은 희망이 있었는데, 갑자기 상황이 변했다는 점 입니다. 이동걸 회장은 지난 9월11일 HDC현대산업개발로의 매각이 결렬됨을 선언한 날, 아시아나항공 본사를 찾았습니다. 당시 직원들은 이동걸 회장의 발언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정확치는 않지만 전언에 따르면 충분히 살아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합니다.

2개월만에 관리은행장의 인식이 바뀌었지만 아시아나항공은 실로 눈물겨운 비용절감에 나서 성과를 보고 있는 와중이었죠.

가장 눈에 띄는 항목이 인건비입니다. 인건비는 주로 매출원가에 포함됩니다. 승무원 월급은 90% 이상이 인건비 항목에 들어갑니다. 본사 사무직원의 급여는 판매관리비 항목의 ‘급여’로 계상되고요. 이 인건비가 팬데믹 사태에서 드라마틱하게 줄어든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인건비가 포함되는 매출원가도 큰폭 줄었습니다. 매출원가는 인건비 뿐 아니라 유류비, 리스료(임차료) 등이 포함됩니다. 항공기가 많이 뜨지 않았으니 자연스럽게 줄어든 거죠. 그 결과 늘 대한항공보다 매출총이익률이 낮았던 아시아나항공이 올해 2~3분기 처음으로 대한항공보다 매출총이익률이 높았습니다.


매출총이익률은 재무 전문가들 사이에서 ‘톱(Top) 경영진 레벨’이 관리하는 지표라고들 합니다. 원가 관리는 톱 경영진의 의사결정으로 변동성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영에서 벗어나 독자생존으로 방향을 잡아 가던 시기 산업은행과 경영진의 철저한 비용 관리가 수반됐다고 봐야 하죠. 코로나19가 준 위기감이 가장 컸을 테고요.

이대로 가면 공멸, 그래서 한진그룹에 매각 결정. 다시 한번 면밀하게 따져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매각하기 위해 공멸론을 내건 건지, 진짜 공멸할 듯 해 매각하는 건지를요.

문병선 기자(mrmoon@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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