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의 구조조정, 롯데쇼핑 폐점하니 돈 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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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상 최대규모의 점포 구조조정을 단행한다고 예고했죠. 대형마트, 전문점, 백화점 등 총 200개 점포의 문을 닫는다고 했습니다. 소비시장의 판도가 온라인으로 확 바뀌면서 기존 오프라인 중심의 전략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죠.

롯데쇼핑은 지난해 43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요. 2년 전인 2017년 8000억원과 비교하면 거의 반토막난 수준입니다.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시대흐름에 따른 실적악화라면 분명 어떤 액션이 필요한 시점이죠.

롯데쇼핑은 지난 8일까지 총 99곳의 문을 닫았습니다. 신 회장이 올 초 언급한 수 200개에는 모자라지만 엄청난 규모인 것은 사실입니다. 롯데쇼핑은 순차적으로 꾸준히 점포를 정리한다고 하는데요. 의지의 문제라기보다는 시간의 문제로 봐야할 것 같습니다.

갑자기 흑자 낸 영업외손익

그렇다면 신 회장이 주도한 구조조정은 과연 어떤 효과를 불러왔을까요. 물론 롯데쇼핑의 구조조정은 아직 사업적 성과를 얘기하기에는 이른 시점입니다. 온라인 사업 경쟁력 강화와 맞물려 진행되기 때문에 앞으로 몇 년은 더 지켜봐야죠.

다만 점포 정리를 통해 발생한 회계상 손익은 따져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롯데쇼핑의 올 3분기 실적에는 눈에 띄는 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영업외손익에서 무려 940억원의 이익이 발생한 건데요. 영업외손익은 말 그대로 기업의 주된 영업활동이 아닌, 어떤 다른 활동으로부터 발생한 손익을 뜻합니다. 롯데쇼핑은 백화점, 할인점, 마트, 전자제품 전문점 등을 운영하는 회사니 이를 제외한 다른 활동을 통해 돈을 벌었단 뜻이죠.


영업외손익에 속하는 종류는 다양합니다. 첫째로 이자비용 및 수익이 여기 포함되고요. 토지 및 건물에 대한 임대료도 해당됩니다. 이외에도 파생상품 평가 및 거래 손익, 외화환산손익, 투자자산처분이익 등 영업활동을 제외한 모든 손익이 여기 들어갑니다.

한 번 롯데쇼핑의 3분기 실적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겠습니다. 위 표는 롯데쇼핑이 자사 홈페이지에 공개한 3분기 실적자료의 ‘영업외손익’ 부분입니다. 영업이익은 1110억원을 기록했구요. 기타 다양한 영업외손익을 반영한 결과 법인세차감전이익은 820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자비용 1000억원, 외화∙파생손실 100억원, 지분법손실 130억원이 손실과 관련된 내용인데요. 기타 영업외손익 홀로 940억원의 이익을 기록한 것이 눈에 띕니다.

그렇다면 기타영업외이익 940억원은 어디서 어떻게 발생한 걸까요. 표 좌측 하단에 보면 간략한 설명이 있습니다. ‘구조조정 등 리스기간 변경에 따른 리스관련손익 967억원 반영’이라고 나와있는데요. 대략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을 절감했구나’ 하는 정도만 알 수 있습니다.

새로운 IFRS 도입 영향은

이 940억원의 영업외손익을 뜯어보려면 우선 롯데쇼핑이 도입한 회계기준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롯데쇼핑은 작년 초부터 새로운 리스 회계기준(IFRS 16)에 따라 회계를 정리하고 있는데요. 가장 큰 변화는 바로 리스비용에 대한 처리입니다. 리스(Lease)비용은 간단히 말해 설비나 건물 등을 빌려 쓰는 데 대한 임차비용입니다. 롯데쇼핑이 백화점, 마트, 할인점 등 700여 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으니 이 임차비용이 어마어마하겠죠.

기존 회계기준으로는 리스비용을 판매 및 관리비(판관비)에 포함을 시켰습니다. 판관비는 기업이 판매활동과 유지 및 관리에 사용하는 비용으로, 롯데쇼핑이 제품을 팔기 위해 건물을 임차했으니 리스비용을 판관비에 계상하는 게 타당해 보입니다.

새로 도입된 회계기준의 핵심은 기존 비용으로 처리하던 리스비용을 자산과 부채로 처리하는 데 있는데요. 사용권 자산과 리스부채로 각각 리스비용을 인식한 후 손익계산서에서는 감가상각비와 이자비용으로 반영하는 식입니다.


이러한 회계기준의 변화는 기업 입장에서 다소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습니다. 기존에 비용으로 처리하던 것이 부채로 잡히니 숫자상 재무지표가 악화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롯데쇼핑은 회계기준 변경으로 약 6조6000억원의 리스부채를 새로 쌓았습니다.

물론 롯데쇼핑이 입은 피해는 단순 부채의 증가가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무려 82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는데요. 앞서 회계기준 변경으로 리스비용이 사용권 자산으로도 잡힌다고 말씀드렸죠. 기업이 보유한 자산은 시시각각 그 가치가 변화해 매번 새로운 가치평가를 해야 합니다. 점포의 수익성이 낮거나 적자를 내는 경우 그 자산의 가치는 더욱 떨어지겠죠.

이 경우 손상차손이 적용됩니다. 손상차손은 회사가 보유 중인 가치가 장부에 적힌 금액보다 떨어졌을 때 이를 손실로 인식하는 건데요. 이 손실은 영업외손익에 반영돼 순손익 실적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습니다. 지난해 순손실 8200억원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죠.

영업외손익 왜 늘었나

그렇다면 다시 올 3분기 실적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기타 영업외손익에서 940억원의 이익이 발생했다고 했고, 롯데쇼핑은 그 이유를 ‘구조조정’과 ‘리스기간 변경’ 두 가지로 꼽았습니다.

롯데쇼핑은 올해 신동빈 회장이 밝혔듯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했습니다. 최근 보도된 내용들에 따르면 백화점과 대형마트, 슈퍼, 롭스의 매장 99곳이 문을 닫았습니다. 99개의 매장이 폐점하며 이익이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통상 임차계약을 맺을 때 5년을 초과하는 경우가 많고 길게는 20년 계약을 맺기도 합니다. 계약기간이 길수록 리스부채도 당연히 늘어날 텐데요. 점포들이 문을 닫으며 기존 리스부채에 계상됐던 금액이 영업외손익의 이익으로 반영된 것입니다. 앞으로 나갈 돈이라고 판단해 부채로 쌓아뒀는데, 폐점을 통해 부채 자체를 털어버린 것이죠.

리스기간 변경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됩니다. 리스기간이 20년 넘는 임차계약도 맺죠. 그럼 자연스레 부채가 늘어나 롯데쇼핑 입장에서는 큰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예를 들어 20년의 장기간 리스계약을 10년으로 줄여도 리스부채에 대한 부담은 절반으로 감소하게 되죠. 바로 이 방법을 활용해 롯데쇼핑은 재무부담을 낮추고 싶어했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존 사용권 자산이랑 부채로 인식됐던 점포들을 폐점하며 리스부채가 이익으로 바뀐 것이다”며 “최근 롯데쇼핑이 점표 리스계약을 줄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영향도 이번 순손익 흑자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회계기준 변경에 따라 지난해 엄청난 규모의 순손실을 낸 것을 감안하면 이정도 순손익 흑자는 애교로 봐줄 수 있지 않을까요. 과연 앞으로 신 회장의 구조조정 정책이 사업적으로 어떤 결과를 나을지가 궁금할 뿐입니다.

김성진 기자(jini@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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