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크로스디폴트’ 시나리오, 어떻게 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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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소송이 진행되면서 구체적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은 사실이 유포되고 있습니다. 그 중 바로잡아야 할 중요한 사실 하나가 있습니다. 바로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이 실패하면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이 강등될 것이고 연쇄적으로 크로스디폴트(cross default ; 기 체결된 계약이나 앞으로 체결할 다른 계약서의 제반 조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본 계약 위반으로 간주한다는 조항)가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는 주장입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연일 강변해 왔던 ‘아시아나항공 파산론’과도 맥락을 같이합니다. 이 주장은 KCGI가 한진칼을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에서 채무자(피고)측인 한진칼 변호인이 했습니다. 디폴트, 즉 부도가 날 정도로 아시아나항공 상황이 긴박하니 지금 대한항공으로 매각하고 산업은행은 한진칼 지분 10.7%를 가져가는 거래가 정당하다는 논리를 펴기 위해 나온 후속 근거 논리입니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 재무를 깊숙이 분석해보면 이 주장이 합리적 근거에 기초하는지 의문을 가질 법 해 따져봐야 합니다.

크로스디폴트 시나리오는 이렇습니다. 우선 크로스디폴트란 채무 기업이 이자지급 능력이 있음에도 신용등급 강등 또는 부채비율 일정 기준 초과 등 계약에 정해진 일정 재무 기준을 벗어날 경우 원리금을 상환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9월15일 신용등급 ‘BBB-’에 하향검토 등급감시대상에 올랐습니다. 통상 신용등급 하향검토 워치리스트에 오르면 3개월 후 리스크가 해소되지 못할 경우 등급 강등 가능성이 현실화할 수 있습니다. 모두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원칙적으로 그렇다는 겁니다. 9월15일 등급감시대상에 올랐으니 1215일이면 등급이 떨어질 수 있게 되죠. 등급이 떨어지면 아시아나항공 자산유동화 채무의 트리거가 발동합니다. 아시아나항공은 4000억원~500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채무를 당장 갚아야 하고, 이를 갚으면 동시에 5조원 규모의 항공기리스부채 중 상당 규모의 리스부채를 상환해야 합니다. 사실상 채무의 연쇄 상환 의무가 부담되는 거죠.


실제 지난 9월 기준 1년내 갚아야 할 아시아나항공의 자산유동화 채무 잔액은 3087억원입니다. 내년 10월 이후 갚아야 할 유동화채무 잔액은 1361억원 가량이고요. 자산유동화채무의 조기지급사유는 총 3가지고요. △회사채 신용등급이 BBB- 미만으로 하락 시 △부채상환계수(DSCR)가 일정 기준(누적 현금유입액/누적 원리금 상환 및 비용지급액) 미달 경우 △기타 차입에서 채무불이행 발생시 등입니다.

4448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 채무 상환이 이뤄지면 크로스디폴트가 조항이 동시에 발동됩니다. 항공기 리스부채 상당 부분이 크로스디폴트 조항에 걸려있고요. 아시아나항공이 감사보고서에 기재한 주석공시를 보면 ‘리스부채 이외의 채무에서 기한이익 상실이 발생하는 경우, 리스부채까지 기한이익이 상실된다’고 돼 있습니다. 3분기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은 총 5조2876억원 규모 리스부채가 있는데 이 중 1년내 갚아야 할 유동성 리스부채(6115억원)를 빼면 4조6761억원 규모의 크로스디폴트 발동 대상 리스부채가 있습니다.

한진칼 변호인이 지난 25일 법정 심문에서 아시아나항공 매각의 시급성 사유로 아시아나항공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과 크로스디폴트 가능성을 설명한 것도 이에 근거한 겁니다. 당시 변호인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아시아나가 보유한 현금성 자금은 1개월 운영자금에 미달한다. 신용등급이 BBB-, 하향검토다. 하향검토는 3개월 이내에 특별한 사유 없으면 등급 하락한다는 거다. 그럼 어떤일 생기나. 이런 발표한 게 2020년 9월 15일이었다. 3개월이면 12월 15일이다. 그때 한 등급 낮아지면 그렇게 되면 아시아나 발행한 자산유동화 채무 4500억 조기상환되고, 그게 조기상환되면 항공기 리스 자금 4조7000억이 크로스디폴트가 발생한다”.

이동걸 회장도 최근 연일 아시아나항공 파산론을 언급하면서 매각의 당위성과 긴급성을 주장하고 나섰죠. 이동걸 회장도 지난 19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대지각변동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하는가. 환골탈퇴해야한다는 징후다. 우리 국적사도 이대로 가면 공멸이다”라며 ‘공멸론’을 폈습니다.

마치 곧 망할 듯 말하지만 진짜 그럴까요.


지난 9월11일 HDC현대산업개발로의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공식 결렬된 때 산업은행은 시장안정화 조치를 내놓았습니다.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9월11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딜 무산으로) 아시아나 신용등급 하락이 우려된다”며 “하지만 기안기금의 유동성과 자본확충을 통해 기업가치를 제고하겠다”고 말했죠. 그는 “(기안기금 지원으로) 당장 추가지원이 필요하진 않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 아시아나 유동성을 단계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아시아나항공 등급 하향 가능성과 이에 따른 크로스디폴트를 염두에 둔 발언이었죠.

동시에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신청, 2조4000억원의 일시적 유동성 부족 대비 자금을 승인받았습니다. 여기엔 운영자금 뿐 아니라 아시아나항공 신용등급 강등시 발동되는 트리거 대비자금과 크로스디폴트 발동에 따른 대처 자금이 모두 포함됐습니다. 추산액이 2조4000억원이면 충분하다는 계산도 됐고요. 당시만 하더라도 산업은행은 채권단 관리 아래 일시적이긴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의 독자생존을 준비하고 있었던거죠.

최대현 부행장의 발언도 이에 근거합니다. 2조4000억원의 기금을 확보해 놓았으니 등급이 떨어지더라도 버틸 재무적 버퍼(완충장치)를 갖추었다는 뜻이죠. 재매각은 그 다음 단계 일이었고요.

하지만 이동걸 회장이나 한진칼 변호인은 최근 기안기금 확보에 따른 재무적 버퍼 확보 사실을 쏙 빼놓고 아시아나항공의 부도 가능성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매각을 해야 마치 살아나는 것처럼 여론전을 펴는 거죠.

게다가 항공기 리스 부채는 당사자들 사이 협상에 의해 다시 조건을 변경하기도 합니다. 과거 해운사들이 재무적 어려움이 생기자 불리한 용선계약을 선주와 다시 협상해 변경한 사례가 있듯 항공사도 항공기 리스 계약을 다시 협상을 통해 할 수 있다는 겁니다. 모든 항공기 리스 부채가 신용등급이 떨어진다고 해서 크로스디폴트가 나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우려와 현실에는 괴리가 다소 있는 거죠.

감자 결정도 있었습니다. 산업은행은 여론의 거센 비판에도 불구 대주주와 소액주주간 차등을 두지 않는 3대1 균등감자안을 밀어부쳤죠. 부실경영 대주주에게 더 막중한 책임감을 부여해 차등감자하는게 기업 구조조정의 원칙이지만 산업은행은 지키지 않았습니다. 이는 산업은행 스스로 아시아나항공이 ‘정상기업’이지 ‘워크아웃기업’이 아님을 인정하는 거죠. 그 자신감의 근저에는 받아놓은 2조4000억원의 기안기금이 있었을 테고요.

아시아나항공은 많은 분들이 지적하듯 국가의 자금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국가의 자금으로 버텨야 했던 이유는 이전 대주주의 부실경영, 그리고 일본 불매 운동에 따른 수익성 악화, 코로나19 사태 등 때문입니다. 이전 대주주의 부실경영은 지금 단죄되고 있습니다. 일본 불매 운동과 코로나19는 예기치 않은 재난이었고요. 전세계 모든 항공사가 마찬가지 상황입니다. 이전 대주주의 부실 경영과 지금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의 안정성은 분리해서 봐야 합니다.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는 이유로 모두  망해야 하는 것은 아니죠. 지금도 뼈를 깍는 구조조정을 하고 있습니다.

한진칼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소송의 결론이 어떻게 날 지 모르지만 근거가 부족한 주장은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크로스디폴트’처럼 기업 생사를 좌우하는 발언은 특히 신중해야 할 것 같고요. 수만명의 목숨이 말 한마디에 다칠 수 있습니다.

문병선 기자(mrmoon@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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