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충돌집단 7곳, ‘대한항공+아시아나’ 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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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샤항공'(항공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을 ‘댄공’, 아시아나항공을 ‘아샤나’로 부릅니다. 편의상 ‘댄샤항공’으로 편하게 부르겠습니다)이 화제입니다. 이유는 이 한 건의 거래에 직접적으로 영향받을 수 있는 이해관계자가 너무 많아서입니다. 열거하자면 숨차죠. HDC현대산업개발, 산업은행, 금호아시아나그룹, 금호석유화학그룹, 한진그룹, KCGI, 반도그룹 등 입니다. 아시아나항공 노조와 임직원, 그리고 대한항공 노조와 임직원, 정부 부처, 저비용항공사(LCC) 등까지 포함하면 이해충돌 집단이 더 많아집니다. 각각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이 걸려있는 M&A(인수합병) 판이 제3자(정부) 주도로 벌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HDC현대산업개발, 눈뜨고 코베인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이번 거래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도 박탈당하고 계약금까지 날릴 수 있는 피소를 당했는데, 이제는 계약금의 목적물마저 다른 기업이 사가는 상황을 눈뜨고 지켜보게 됐죠.

누구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가깝게 다가간 곳이 HDC현대산업개발이었습니다. 만감이 교차한다는 전언이고요. 매각측의 여러 당근책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은 인수 의지가 없다는 추측을 낳았습니다. 더 자세히 아시아나항공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주장은 인수 포기의 명분용이라는 오해를 샀죠. HDC현대산업개발 입장에서 보면 그렇다는 것입니다.

최근 아시아나항공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상황에 HDC현대산업개발은 촉각을 세우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장 금호산업과 벌어질 소송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관심이지만, 그보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당사자(금호산업, 산업은행)들의 이중적 행동이 너무 태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걸 목격하고 어이없어 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우선 거론되는 인수 대금을 비교해보죠. HDC현대산업개발은 2조5000억원을 줘야 했습니다. 증자 대금 포함입니다. 대한항공은요? 거론되는 안을 보면 산업은행이 돈을 지원해주면서 파는 양상으로 보이네요. 그만큼 아시아나항공의 부실화가 심했음을 산업은행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죠. 12주간의 정밀 실사를 해야 한다는 HDC현대산업개발의 주장에 정당성을 주는 행위가, 딜이 결렬된 이후에야 벌어지는 셈이니 기가 찰 수 밖에 없죠.

균등감자 결정도 논란이었고 HDC현대산업개발의 이목을 끌었다고 합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3000억여원을 구주(금호산업 보유 지분) 대금으로 지불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균등감자를 하다니요? 역으로 해석하면, 감자를 해야할만큼 부실한 구주를 무려 3000억원을 지급하고 사야 했었다는 뜻이 되죠.

지금은 2500억원에 달하는 계약금을 반드시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어 이해충돌집단 누구보다 이 거래에 밀접하게 연관돼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HDC현대산업개발은 변변한 입장 자료조차 내지 못한다고 하죠.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렬 건으로 대(對) 정부관계에 큰 부담을 갖게 됐기 때문입니다. 이미지에 생채기가 났고, 더 나갔다가는 피가 터질 지 모른다는 ‘트라우마’가 생겼겠죠.

금호아시아나그룹, 기사회생하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댄샤항공’ 딜로 어떤 이득을 얻는 걸까요. 산업은행의 ‘댄샤항공’ 딜 추진에 반발, 별도의 M&A를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있으나 그럴것 같지는 않고요. 지금 이 상태로 ‘댄샤항공’이 추진된다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사실 HDC현대산업개발로 매각되는 때보다 더 많은 것을 얻어 갈 수 있어 보입니다. ‘승자’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예측해 봅니다.

이론적으로 균등감자 후 매각은 주식 가격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31′ 균등감자이므로 아시아나항공 발행주식 총수가 2억23235294주에서 74411764주로 줄어들 뿐이죠. 감자 후 주가는 이론상 3배가 됩니다. 시가총액은 바뀌지 않습니다.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 가치에 변화가 없는 셈이죠.

‘댄샤항공’ 딜이 없다면 산업은행은 약 80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출자전환, 주식으로 바꿀 예정이었습니다. 주식수가 늘어나고 물량 부담에 주가도 떨어지면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 가치는 대폭 떨어질 수 있었겠죠. 게다가 부실경영 책임론에 보유지분을 모두 소각해야 한다는 여론이 드셌고요. 그랬던 상황이 ‘댄샤항공’ 딜로 일거에 바뀝니다. 거래가 예상대로 될 경우,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구주 매각 대금을 무리없이 받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가는 M&A 소식에 더 올라 있죠.

엄밀히 따져 부실 경영의 책임을 져야 하는 곳은 금호아시아나그룹입니다. 그래서 소리없이 조용히 있어야 할 곳도 바로 금호아시아나그룹입니다. 균등감자의 특혜 논란이 일 때도 “지난해 4월 이후 매각을 하기로 하고 경영권을 내주었기 때문에 1대주주가 별도의 책임을 더 지라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다”라고 말하며 꿋꿋이 여론의 압박을 버텼냈던 곳입니다.

금호석유화학그룹, 아시아나항공의 정상화만 바란다

균등감자, 그리고 이후 벌어질 산은의 출자전환으로 아시아나항공 보유 지분 평가액이 감소될 뻔 했으나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상황과 같은 이유로 상황이 반전을 맞은 곳이 금호석유화학입니다. 물론 매각 대상 지분에 금호석유화학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이 포함될 지 여부는 미지수입니다. 그러나 금호석유화학은 2대주주로서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해 온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시기에 뜻하지 않게 달성하게 됐습니다.

요구해왔던 명분을 취할 수 있는 거죠. ‘댄샤항공’ 딜에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또한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지분의 평가손 위험도 어느정도 방어됐다고 판단하는 분위기 입니다. 균등감자 이후 출자전환은 평가손 위험을 키우는 방식이었습니다. 1대주주와 동일하게 책임을 지는 것도 내키지 않았고요. 반면 균등감자 이후 매각, 그리고 출자전환 방식은 아시아나항공 회생의 기대치가 올라 주가가 하방 경직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보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기준 금호석유화학의 아시아나항공 보유 지분(11.02%) 장부가액은 944억원입니다.

KCGI, 가장 큰 피해자?

KCGI는 가장 큰 피해자로 비쳐지고 있으나,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내년이 되면 KCGI는 한진칼 경영권을 가져갈 수도 있는 상황이긴 하죠. 이제 3%포인트 남짓 한진칼 지분을 더 사 모으면 과반 의결권을 넘길 수 있습니다. 내년 주총때 한진칼 이사회 완전 장악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경영권을 확보한 이후가 늘 골치였습니다.

KCGI는 지배구조 개선 사모펀드입니다. 경영권을 장악하면 지배구조 개선은 가능할 지 모르겠습니다. 문제는 주가입니다. 경영권 분쟁이 끝나버리면 한진칼 주가가 어떻게 될 지 아무도 모르죠. 사모펀드가 올려야 할 수익률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끊임없이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이겨도 문제, 져도 문제”라고 말해 왔습니다.


느닷없이 튀어 나온 ‘댄샤항공’ 변수는 KCGI에게 복잡하게 셈을 하도록 강요하고 있습니다. KCGI의 입장문을 보면 고뇌의 흔적이 보이죠. 13일 입장문은 “한진칼 증자에는 반대, 대한항공 증자에는 찬성, 정부와 대화 가능”으로 요약됩니다. 무조건 반대는 아닌 겁니다.

한진칼이 아시아 최대 규모 항공사(댄샤항공)의 지배회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면, KCGI는 그런 ‘대단한’ 항공사의 대주주 지위를 갖는 면도 있죠. 동시에 한진그룹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펀드의 수익률까지 높일 수 있다면 궁극적으로 KCGI가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딱히 선택지가 없었던 엑시트 문제도 시장에서 소화 가능한 국면을 기대할 수 있고요. KCGI 내부가 의외로 차분한 것도 이 때문으로 보입니다.

걱정하고 있는 것은 한진칼 증자(확정되지는 않았다) 이후 산업은행이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의 백기사 역할만을 하는 국면입니다. KCGI를 배제하고 KCGI라는 한진칼 최대주주를 무시하는 양상이 벌어지는 것이죠. ‘닭 쫒던 개 지붕쳐다보는 상황’으로 볼 수 있습니다. 투자금액만 시가로 1조원에 육박한 실정이니 걱정이 안될 수 없다고 보입니다.

한진그룹, “다 내어줄 것인가…절반만 내어줄 것인가”

“다 내어줄 것인가, 절반만 내어줄 것인가”로 한진그룹의 입장을 요약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자금이 없어 한진칼 지분 확보가 불가능했던 점이 늘 한진그룹의 아킬레스건이었습니다. KCGI 등 3자연합의 지분율 확대를 앉아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죠. 지금 이 상태로 가면 내년에 경영권 유지는 매우 불리해 다 내어줄 판이었고요.

KCGI에 다 내어줄 바에야 산업은행이라는 우군을 끌어들여 절반을 내어주고 절반을 취하는 선택이 경영권 유지 측면에서 합리적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습니다. 한진그룹 경영진은 10년 후의 상황을 그림 그리지 못했다고 하네요. 이런 면에서 ‘댄샤항공’은 한진그룹 경영진에 시간을 벌어다주고 비전을 갖게 하는 이점을 줍니다.

‘갑질 그룹’ 이미지를 벗어 던질 수도 있죠. 정부가 투자한 국내 초대형 항공사 타이틀이 그것입니다. 또 아시아나항공을 더하면 이미지 쇄신이 가능합니다. 인수 주체로서 아시아나항공보다 헤게모니 우위에 설 수도 있고요. 아시아나항공 노조의 반발이 예상되는 상황이긴 합니다.

문제는 ‘국영항공사’와 ‘민영항공사’ 사이의 애매한 영역에서 경영을 해야 한다는 점이죠. 국가 기간산업을 관리한다는 명분에 정부의 간섭을 늘 받아 왔으나 이제는 정부의 직접적 컨트롤을 받아야 할 처지가 될 수도 있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정부의 엑시트가 경영권을 다시 위협하는 요인이 될 가능성도 있어 보이고요. 여러모로 잘 따져봐야 하는 곳이 한진그룹인데, 아마 가장 지금 머리가 아픈 그룹일 것으로 보입니다.

반도그룹, 가장 좋은 재무건전성…느긋하게 바라본다

한진칼 투자 지분의 평가액만 9000억원이 넘는 곳이 반도그룹입니다. 3자연합에 속해 있죠. 자칫 KCGI처럼 투자 지분 상당액을 날릴 수도 있다고 업계에서는 우려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반도그룹 역시 이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을 거 같고요.

그런데 이해충돌집단 중에서 가장 많은 현금을 갖고 있는 곳도 반도그룹입니다. 재무건전성이 뛰어나죠. 부채가 거의 없고 자산만 2조원에 육박하는 곳이 반도그룹 지주회사 반도홀딩스입니다.

언제든, 누구의 지분이든지 한진칼 지분의 엑시트를 받아줄 수 있는 체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늘 느긋했죠.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3자연합에 속해 있으면서도 조바심을 내지 않았고요. 사모펀드인 KCGI처럼 만기가 정해진 자금을 굴리는 입장이 아니니 10년이고 20년이고 지분을 들고 갈 수 있습니다. 게다가 건설 사업이 평탄해 매년 수천억원의 현금이 쌓이고 있기도 합니다. 항공업계 관계자들이 “최종 승자는 반도그룹이 될 수도 있다”고 자주 말해 왔던 이유입니다.

산업은행, 여신 10조원을 지켜라

산업은행이 올해 6월말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빌려준 여신은 공식 집계된 항목만 모두 더해 6조원이 넘습니다. 여기에 한진칼 여신, 금호고속 여신, 기타 여신 등을 모두 더하면 7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최근 투입된 기간산업안정기금까지 더하면 10조원이 넘을 수 있죠.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여신 일부가 손상차손 위기에 직면해 있었고요. 어느 누구보다 다급하고 책임감이 있던 곳이 산업은행일 겁니다.


산업은행으로서는 ‘배수진’을 쳐야하는 상황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이라도 잘 됐다면 부담을 덜었겠지만 HDC현대산업개발은 의도대로 호락호락 넘어오지 않았고요.

당장 아시아나항공은 자본잠식률이 50%를 넘어, 관리종목 지정 위기에 몰려 있습니다. 담보물로 잡은 아시아나항공 지분이 관리종목에 들어간다면 바로 손상차손을 단행해야 하죠. 국가 세금을 대거 투입해놓고 손실을 보는 일은 산업은행이 꺼리는 상황 중 하나입니다. 게다가 대한항공도 그리 좋은 실정이 아니었습니다.

고심 끝에 나온 승부수가 ‘댄샤항공’으로 보입니다. 국가 항공산업의 미래를 설계한다는 대의명분도 떡하니 갖출 수 있고요.

가장 우려하는 것은 특혜 논란이라고 합니다. 부실 경영에 면죄부를 준다는 비판이죠. 얼마전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이 진행됐는데요. 수사가 더 진행되고 재판까지 가봐야 알겠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진이 아시아나항공 재무에 손상을 가하는 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산업은행도 그 관리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또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 참전해 민간기업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비난이 일부 있죠. 금호산업이 소송 주체이긴 하지만 HDC현대산업개발과는 계약금 분쟁 소송으로 얽혀 있고요. 그래서인지 위 7곳의 이해충돌 집단은 모두 산업은행 한 곳만 현재 바라보고 있습니다. 모든 이해관계가 산업은행의 결정과 판단에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산업은행은 그만큼 막중한 책임감을 가져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댄샤항공’ 딜은 특이하게도 어느 한 곳도 동질감을 갖고 있거나 연합군이라는 교감이 별로 없습니다. 이렇게 이해충돌 집단이 많다는 것은 산업은행이 추진하고 있는 이 거래가 자칫 수많은 분쟁을 만들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모든 이해충돌 집단을 설득할 수는 없겠지만 그 파장을 최소화해야 하는 것도 산업은행과 정부가 맡아야 할 숙제가 아닐까요.

문병선 기자(mrmoon@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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