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디스플레이, 승계 시점에도 영향 미칠 ‘턴어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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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일진전기 설립 이후 중견그룹으로 성장한 일진그룹은 올해 1분기 기준 총 47개 계열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중 상장회사는 지주사 일진홀딩스를 포함해 일진전기, 일진다이아몬드, 일진머티리얼즈, 일진디스플레이 5개사입니다.

1940년생인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은 오래전부터 자식들에게 주요 계열사를 승계해왔습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2000년부터 차남 허재명 대표가 책임졌고요. 그룹 핵심인 지주사 일진홀딩스는 2008년 장남 허정석 부회장이 맡게 했죠. 일진홀딩스는 일진전기와 일진다이아몬드의 최대주주입니다.

일진디스플레이는 그룹 내 상장회사 중 유일하게 허 회장이 최대주주로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곳입니다. 다른 뜻이 있어 승계를 안 하고 있는 것인지, 혹은 못 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최근 실적만 놓고 보면 지금은 승계에 적절한 시점은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가 놓여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일진디스플레이는 적자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2019년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뒤 지난해에는 적자 폭이 더 커졌습니다. 별도 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당기순손실만 349억원에 달합니다. 일진디스플레이는 LED 기판 재료로 사용되는 사파이어 웨이퍼를 제조하는 사파이어 사업부와 터치스크린패널을 제작하는 터치 사업부를 운영하는데요. 양대 사업부 모두 부진했습니다.

2019년부터 이어진 사파이어 사업부의 실적 부진은 중국 업체의 영향이 큽니다. 일진디스플레이는 2019년 사업보고서에서 이를 언급하는데요. ‘경기 변동의 특성’에서 “중국은 LED 칩 핵심 MOCVD 장비 구매금액의 80%를 보조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이로 인해 2017년 글로벌 LED 칩 생산능력의 60%를 차지해 가격경쟁을 주도하고 있다”며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꼽습니다. 결국 가격 경쟁에서 밀린 일진디스플레이 사파이어 사업부의 2019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44.8% 감소한 155억원에 그칩니다.

터치 사업부의 경우 주력 고객사인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터치센서 탑재 방식 변경이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습니다. 삼성전자와의 거래가 일진디스플레이 터치 사업부 매출액 중 차지하는 비중은 70~80% 수준인데요. 삼성전자는 2019년부터 플래그십 모델의 터치센서 탑재 방식을 기존 애드온(Add-on) 타입에서 별도 터치 부품을 쓰지 않는 일체형 와이옥타(Y-OCTA) 방식으로 변경해왔습니다. 와이옥타는 삼성디스플레이가 개발한 기술입니다. 터치 사업부 매출액은 2017년 2216억원에서 지난해 723억원까지 줄어들었습니다.

실적 악화는 외부 자본 의존도를 높였습니다. 2018년 417억원이던 순차입금은 2020년 611억원까지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95.5%에서 270.4%까지 치솟았습니다. 보통 부채비율이 200%가 넘으면 재무건전성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평가합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일진디스플레이는 경영진에 변화를 줬습니다. 일진그룹은 2019년 11월 2015년 이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심임수 당시 일진그룹 부회장을 일진디스플레이 대표로 다시 선임합니다. 소방수 역할을 맡긴 거죠.

심 대표는 처음 일진디스플레이를 맡았던 2009년에도 소방수 역할을 했습니다. 심 대표는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일진디스플레이 대표를 맡았는데요. 선임 직전인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일진디스플레이는 대규모 적자에 허덕였습니다. 심 대표 선임 이후인 2009년 흑자로 전환한 뒤 2014년까지 호실적을 유지했죠.

이번에도 소방수 역할을 성공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최근 업황은 긍정적입니다. 사파이어 사업부의 경우 최근 TV시장에서 ‘미니LED TV’가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미니LED용 사파이어 웨이퍼 수요가 늘었습니다. 2020년 1분기 77.3%였던 사파이어 사업부 평균가동률은 올해 1분기 93.3%까지 올랐습니다.

터치 사업부 업황도 좋습니다. 삼성전자 ‘갤럭시 북’ 등 노트PC에 애드온 타입의 터치패널이 탑재됐기 때문입니다. 김광진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3월 리포트에서 “올해 성장을 실질적으로 견인하는 사업은 삼성향 노트PC 터치패널 사업“이라며 ”2분기부터 본격적인 성장구간 진입을 예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일진디스플레이는 업황 개선에 맞춰 적자에도 설비 투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2월에는 유상증자로 조달한 246억원의 자금 중 100억원을 제품생산을 위한 증설에 활용했습니다. 지난 14일에는 2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도 발행했는데요. 이중 50억원은 노후화된 장비를 교체하는데 쓰일 예정입니다.

실적 개선을 자신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일진디스플레이는 지난달 15일 100억원의 단기차입을 결정했는데요. 차입 목적에 “매출 증가 대응을 위한 안정적인 원자재 선확보 및 운영자금”이라고 밝혔습니다.

심 대표는 이번에도 소방수 역할을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을까요. 허 회장은 안정적 기반 위에서 지분 승계를 마무리할 수 있을까요. 향후 일진디스플레이의 실적이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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