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아모레퍼시픽, 여전히 매수하라는 증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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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세지감입니다. 한때 ‘화장품 한류’ 열풍을 타고 매분기 서프라이즈 실적을 내면서 국내 화장품 시장 점유율 1위를 굳히던 아모레퍼시픽이 1위 자리마저 쫒길 뿐 아니라 실적마저 곤두박질치고 있죠. 채널 전환 잡음과 이에 따른 손실, 준비되지 않은 채로 진입한 온라인 채널에서의 마진율 급감 등이 이유로 거론됩니다.

재미있는 현상은 국내 증권사들이 2곳을 빼고는 대부분 기존 목표주가를 유지하거나 상향했다는 점입니다. 결과적으로 바닥론이 대두됐죠. 과연 아모레퍼시픽이 애널리스트들의 기대대로 바닥을 딛고 일어나 다시 비상 채비를 할 지, 기나긴 채널 구조조정의 시기로 접어들 지 관심입니다.

지난 28일 발표된 아모레퍼시픽의 2020년 3분기 실적을 보면 처참합니다. 3분기 누적 매출액(연결 기준)은 2014년 3분기 이래 최악이었고요. 3조275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은 1522억원으로, 2006년 이래 최악이었습니다. 당기순이익은 고작 70억원에 불과했고요. 역대로 이런 실적을 받은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코로나19와 오프라인마켓 불황 탓에 그야말로 실적이 추락한 셈입니다.


글로벌 경쟁업체들과 비교하면 아모레퍼시픽의 부진은 더욱 두드러지네요. DB금융투자에 따르면 글로벌 화장품 업계 1위 기업인 로레알은 올해 매출 감소 폭이 2% 남짓에 그칠 것으로 분석됩니다. 미국 화장품 기업 에스티로더는 코로나19에도 불구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7%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요. 아모레퍼시픽의 매출 감소 예상폭은 경쟁 업체 중 가장 많은 17% 가량입니다. 국내 경쟁업체인 LG생활건강은 올해 매출이 오히려 1.4%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죠.

실적 추락의 가장 큰 이유는 ‘채널 전환’으로 보입니다. 국내 오프라인 전문점 매장수를 대폭 줄이고 동시에 온라인 등 디지털 매출을 대폭 늘리려는 ‘국내외 유통 채널 다각화’ 정책 탓이죠. 물론 코로나19 영향도 무시할 수 없으나 글로벌 경쟁 업체들을 보면 ‘핑계’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 순간부터 아모레퍼시픽의 실적 보고서에서는 ‘오프라인 채널’ 전략이라는 단어가 사라지고 ‘온라인 채널 전략’이라는 단어 만이 등장하고 있을 정도로 ‘채널 정책’은 아모레퍼시픽의 경영 전략을 모두 흡수하는 블랙홀이 됐습니다. 2016년까지는 ‘방문판매’라는 단어도 실적 보고서에 등장했으나 2017년부터는 찾아볼 수 없게 됐는데요. 그 즈음부터 ‘채널 재정비, 채널 포트폴리오 다변화, 채널 다각화’ 등의 아젠다가 아모레퍼시픽에 숙명처럼 해결해야 할 숙제로 다가왔다고 합니다.

2019년 실적 보도자료를 보면 오프라인 채널이라는 단어는 없고 온라인 채널만이 등장함을 볼 수 있습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해 초 자료에서 “2020년 실적 개선의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해외 시장에서의 채널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계획이다. 아시아시장에서의 입점 채널을 다양하게 운영하며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고, 북미시장 또한 기존 주요 브랜드의 매출 확대를 위해 신규 채널 활용을 고려하고 있다. 유럽시장에서는 멀티브랜드숍을 적극 활용해, 스킨케어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거듭나기 위한 준비 중이며, 다양한 글로벌 사업파트너들과 적극 협업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은 경쟁 업체 중 가장 오프라인 채널에 의존하는 기업이었죠. 특히 방문판매 채널의 강점이 남달랐습니다. 오프라인 채널 덕에 1위 사업자로 국내에서 성장했죠. 그러나 오프라인-온라인 채널 전환기에 섬세한 전략을 마련하지 못한채 성급하게 온라인 채널로 채널 전환을 시도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오프라인 채널과 온라인 채널간 가격 차이가 커졌고 이는 오프라인 채널 전문점의 반발을 살 정도로 문제를 낳았습니다. 일부 럭셔리 브랜드 가격은 방문판매 채널과 온라인 채널간 가격 차이가 30% 나는 것도 있을 정도죠.


마진율이 급감했고 수익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됐죠. 영업이익률은 국내와 해외를 막론하고 채널 변환에 따라 급락하는 추세임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2014년 3분기 누적 연결 기준 영업이익률은 16.39%에 달했으나 올해 3분기엔 4.65%로 급락했고요. 국내 이익률은 같은 기간 18.74%에서 8.28%로, 해외 영업이익률은 6.98%에서 마이너스로 전환했습니다.

채널 전략의 구조적 변화에 따른 장기 현상으로 볼 지, 단기적 현상으로 보는 지가 아모레퍼시픽을 바라보는 2가지 시선입니다.

증권사들은 2곳을 제외하곤 기존 목표주가를 유지하거나 높였습니다. 유안타증권, 현대차증권, KTB투자증권, 대신증권이 목표주가를 올렸죠. 케이프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가 기존 목표주가를 내렸습니다. 누구 말이 맞을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겠죠.

유안타증권은 목표주가를 올리며 “낮아진 눈높이를 상회하고, 실적 추정치 하향 조정이 일단락 됨에 따라 투자 매력도는 확대되고 있다. 매출 측면에서 중국과 면세 성장률이 회복 중이며, 마진 측면은 핵심지역인 중국에서 럭셔리 비중 상승, 오프라인 비중 하락으로 믹스가 좋아지고 있다. 특히, 3분기 이니스프리 비중은 35%, 설화수는 23%까지 상승 추산되며, 광군제 이후 두 브랜드 비중은 유사해질 것이다. 2021년 설화수는 중국에서 기여도가 가장 커지는 첫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자연스럽게 GPM 상승, 고정비 감소(이니스프리 매장 축소) 등으로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낮아진 중국 마진율은 회복 곡선을 그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현대차증권도 목표주가를 올리며 “코로나19 영향에서 회복되면서 전사 실적은 점진적 개선세 보일 것으로 전망. 당분간 면세 채널 매출 회복에 시간 소요될 것으로 판단되나 중국 로컬 및 역직구 채널에서 성장세 회복되며 중국 시장에서의 브랜드력 재확인되면 주가 모멘텀 역시 회복될 것으로 전망. 이익 전망치 상향에 따라 목표주가 200,000원으로 상향 조정한다”고 리포트에 썼습니다.


DB투자증권 리포트를 보면 실제 온라인 채널 매출이 회복세에 든 것은 사실입니다. 아모레퍼시픽의 국내 전문점 매출은 매장수 감소에 따라 급감했지만 온라인 등 디지털 매출은 올해들어 급증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더 싸고 좋은 화장품이 많이 나왔고 과거와 달리 디지털 채널에서 이 상품들이 고객과 직접 판매 접점을 찾아가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세분화된 고객층을 타깃으로 한 개인 맞춤형 상품이 소비자들을 사로잡기 시작하면 아모레퍼시픽처럼 덩치가 큰 업체들의 입지는 더 줄어들 수밖에 없죠. 게다가 아모레퍼시픽은 국내 방판 조직과 오프라인 전문점들과의 갈등 때문에 국내 시장에서 신뢰를 많이 잃고 있기도 합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들은 채널 구조조정이 조금 더 진행되어봐야 한다는 입장이죠. 한 관계자는 “오프라인 전문점 폐점 비용이 늘어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데, 온라인 마진이 그걸 뒷받침해 주지 못하는 점이 한계”라며 “매출은 코로나19가 끝나면 다시 늘어날 수 있으나 수익성이 예년처럼 좋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했습니다.

문병선 기자(mrmoon@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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