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는 맥주 시장서 ‘제2의 카스’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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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는 지난해 3월 출시된 이후 정말 오랜만에 국내 맥주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는데요. 올해도 꾸준히 판매가 증가하며 하이트진로 실적 개선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10월 기준 누적 판매량이 13억병이라고 하니 짧은 기간 내 어마어마하게 팔렸습니다.

그런데 과연 테라가 오비맥주의 카스보다 더 많이 팔렸을까요? 사실 이와 관련한 공식 통계 자료가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수치를 제시할 수는 없는데요. 각종 조사결과들과 업계 추정치들을 종합하면 아직까진 카스가 테라보다 점유율이 높다는 게 중론입니다.

관건은 바로 ‘테라가 과연 카스를 제칠 수 있을까’입니다. 국내 맥주 소비자들의 브랜드 충성도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카스가 지난 10여년간 시장 1위 자리를 지켜온 것을 보면 알 수 있죠. 수많은 도전이 있었지만 모두 물리쳐냈습니다.

카스가 국내 소비자들의 취향을 저격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반대로 말하면 소비자들은 한 번 선택한 브랜드를 잘 안 바꾼다는 얘기와도 같겠죠. 마치 임기가 보장된 선출직처럼 오랜 기간 1위 지위를 누릴 수가 있는 셈입니다.

한 번 한국주류산업협회가 2013년 3월까지 공개한 출고 실적을 보시죠. 과세와 면세가 적용된 자료인데요. 과당 경쟁 우려 때문에 2014년부터는 통계가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카스의 시장 점유율은 2008년만 하더라도 40% 초반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반대로 하이트는 60%에 가까운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데요. 정보가 공개된 2013년 3월까지 카스의 점유율은 늘어나고 하이트의 점유율은 줄어드는 현상은 단 한 번의 예외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소비관성이 실로 엄청나다고 할 수 있는 거죠.

이 현상이 2020년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맥주업계 패권을 차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테라와 카스의 1위 자리 싸움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향후 10년간 국내 맥주 시장의 판도가 결정될 수도 있기 때문이죠.

맥주 부문 영업손익 흑자 돌려세운 ‘테라’

앞서 언급했듯 국내 맥주업계에는 정확한 점유율이 공개되지 않습니다. 공개된 자료들을 기반으로 향후 가능성을 한 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하이트진로의 실적을 한 번 보시죠. 하이트진로는 올 들어 3분기까지 맥주를 팔아 6387억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5418억원과 비교하면 약 18% 매출이 늘었습니다. 2018년도 9월까지 맥주부문 매출 역시 5500억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정체돼 있던 맥주 매출을 테라가 뚫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테라의 선전은 각종 지표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요. 역시 구체적인 판매량이 제공되지 않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선 공장 가동률을 보겠습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3월 마산공장에서 맥주 생산을 중단한 이래 강원공장과 전주공장 두 곳에서만 맥주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올 3분기 기준 강원공장은 평균가동률 80.9%를 기록했는데요. 이는 전년 동기 58.3%와 비교하면 20%포인트 넘게 상승한 수준입니다. 전주공장도 비슷합니다. 공장가동률이 지난해 38.2%에서 76.7%로 두 배 정도 뛰었습니다.

실제 생산 실적도 자연스레 늘어났습니다. 올 3분기까지 강원공장의 맥주 생산량은 252792㎘로 전년 동기 242477㎘보다 약 1만㎘ 소폭 증가했습니다. 전주공장의 증가폭은 이보다는 더 컸는데요. 지난해 172229㎘에서 올해 224927㎘로 생산량이 늘었습니다.


영업손익의 변화는 더욱 드라마틱한데요. 하이트진로는 2014년부터 2019년까지 6년 연속 적자를 이어오다 올해 드디어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약 400억원으로 2010년대 초반 수준을 회복했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단순 판매증가뿐 아니라 원재료 가격 하락 등의 요인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됩니다.

점유율 변화는?

그렇다면 맥주 판매 증가에 따라 국산 맥주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와 올해 어떻게 변했을까요.

우선 통계자료 하나를 가져와보겠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에서 검색 가능한 통계자료인데요.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오비맥주의 카스가 압도적인 1위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테라는 카스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나타납니다.


오비맥주는 올 초 닐슨코리아의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국내 맥주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오비맥주의 점유율은 사실상 50%로 시장 절반을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하이트진로의 점유율은 25.33%로 오비맥주 절반에 불과합니다. 이것만 놓고 보면 테라 출시효과가 상당했음에도 여전히 카스와 격차가 크다고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겠죠.

사실 이 자료를 놓고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 사이에 작은 소란이 있었는데요. 하이트진로는 오비맥주의 통계가 매출액 근거라 정확성이 떨어진다고 반박했습니다. 판매량과 출고량을 기준으로 하면 오비맥주의 판매량은 줄고 하이트진로의 판매량이 늘어났다는 주장입니다.

물론 이것은 지난해고요. 중요한 것은 추세입니다. 테라가 출시된 지 아주 오래 지나지 않아 당장의 역전은 물리적으로 힘든 측면도 있겠죠. 과거 카스가 하이트를 추월할 때도 매년 꾸준히 점유율을 늘려나가는 식이었습니다.

올 3분기 하이트 진로가 발표한 IR자료에 상당히 눈에 띄는 부분이 있었는데요. 구체적인 판매량이나 점유율을 공시할 수 없으니 간접적으로 테라의 선전을 나타냈습니다. 우선 월별 판매추이를 보면 올 3월부터 10월까지 꾸준히 판매가 늘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판매 단위가 적혀 있지 않아 어떤 기준인지는 알 수 없는데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그래프라면 3분기 들어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브랜드 지표 추이도 마찬가지로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구요. 검색어 트렌드 추이에서는 경쟁사(카스 추정)를 크게 웃돌고 있습니다.

다만 검색어 트렌드(네이버 데이터랩 자료)를 제외하고는 자료의 출처나 단위, 근거가 기재돼 있지 않아 정보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만약 이 자료들이 합리적이고 타당한 기준 위에 작성됐다면 테라의 성장세가 확실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이트진로는 내부적으로 올해 국산 맥주 시장 점유율을 40%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중 테라가 25%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나머지 15%는 하이트, 맥스, 필라이트 등 여타 다른 제품들로 구성돼 있고요. 증권가에서 추정한 지난해 하이트진로의 국산 맥주 시장 점유율이 30%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테라효과는 확실한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테라와 카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최근 몇 년 전부터 수입맥주 판매가 늘며 국산맥주 소비량이 줄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세청의 국세통계 주류별 주세신고현황에 기반한 국내 주종별 소비량을 보시죠. 국산맥주 소비량이 꾸준히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2015년 204833㎘였던 국산 맥주 소비량은 매년 줄어 2018년에는 1736927㎘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여러 통계들에 따르면 수입맥주 소비량은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2018년에는 처음으로 점유율이 10%를 초과했다는 자료도 있습니다. 물론 2019년도에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 영향으로 상승세가 꺾이긴 했는데요. 지난 몇 년 간 추이를 보면 국산 맥주 소비량 감소가 대세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국내 수제 맥주 브랜드들도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죠. 애초 몇몇 브랜드가 독과점하는 시장인데 전체 파이조차 줄어드는 형국입니다.

물론 앞으로 국산 맥주 시장의 지형이 어떻게 펼쳐질 지는 예상하기 쉽지 않습니다. 절대 강자 없는 춘추전국시대가 열릴지도 모르는 것이죠. 다만 과거 기록에 기반해 판단하면 1위가 오랜 기간 주도권을 쥐고 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과연 테라는 카스를 제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카스는 테라의 도전을 뿌리칠 수 있을까요.

김성진 기자(jini@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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