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의 수소 사업 ‘이상과 현실’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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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Value Chain). 글로벌 1위 조선사이자 정유회사인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3월 수소 사업에 뛰어들면서 밸류체인을 수차례 강조했습니다. 

밸류체인이란 기업이 경영 전략을 세우기 위해 자신의 경쟁적 지위를 파악하고, 이를 향상시킬 수 있는 지점을 찾기 위해 사용하는 모형을 일컫는 말입니다. 쉽게 얘기해 기업이 경쟁력을 제고하고,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필요한 직간접적인 활동이 밸류체인에 해당됩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계열사의 인프라와 경쟁력을 총집결해 2030년까지 수소 생산과 운송, 활용에 이르는 ‘수소 밸류체인’을 구축한다고 밝혔습니다. 수소 경제를 맞아 토탈 프로바이더(Total provider, 종합공급자)로 발돋움하고, 이를 위한 밸류체인을 강화하기로 한거죠.

현대중공업그룹이 수소 밸류체인 강화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건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탄소 순배출량을 전혀 없게 하는 넷제로로 인해 정유사업의 전망은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습니다. 국제해사기구(IMO) 규제로 인해 선박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하죠. 조선산업도 환경규제에 맞춰 사용 후 온실가스 배출량이 없는 에너지원을 원료로 써야 합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 생산공정에서 발생한 부생수소를 활용해 소량의 수소를 생산해 왔습니다. 부생수소란 다량의 수소를 함유한 혼합가스를 정제해 생산한 수소입니다.

정유산업의 특성상 수소가 필연적으로 생산되지만, 외부로 공급하지 않고 수소 첨가 탈황공정과 분해공정에 재사용합니다. 이 때문에 현대중공업그룹이 수소를 그룹의 역점 사업으로 키우려면 사실상 ‘새 판’을 짜야합니다. 수소를 생산해 외부로 공급할 수 있게 기술 개발과 투자가 필요하고, 유통·저장 기술을 확보해야 하는거죠. 

이런 점을 고려하면 현대중공업그룹의 수소 사업은 기초 단계에 위치해 있습니다. 계열사가 전방위적으로 나서 밸류체인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죠. 

이번에는 현대중공업그룹의 수소 사업 ‘이상과 현실’을 짚어보겠습니다.

‘대들보’ 아람코 덕 수소 생산량 기대…그 다음이 없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수소 사업을 밝게 하는 건 세계 최대 석유 생산회사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입니다. 아람코는 미국 애플과 함께 시가총액 1~2위를 다투는 대그룹입니다. 

아람코는 현대중공업그룹에 천연가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수소 사업에 기여할 계획입니다. 천연가스를 개질해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데요. 천연가스를 이용한 수소 제조법으로는 △촉매 분해 △촉매 분산화 △이산화탄소 개질 △수증기 촉매 개질 공정 등이 있습니다. 이중 수증기 촉매 공정은 현재까지 대용량 수소를 가장 경제적으로 생산하는 방식으로 꼽히죠. 

아람코가 보유한 천연가스는 어마어마합니다. 아람코는 2030년까지 글로벌 3대 천연가스 생산기업으로 성장할 전망입니다. 현재 138개 가스전의 510개 저류층 포트폴리오에서 한해 동안 90억 평방피트(SCFD) 분량의 천연가스를 생산합니다. 아람코는 앞으로 10년 동안 천연가스 생산량을 연 230억 SCFD 규모로 2배 이상 늘릴 계획이죠. 

현대오일뱅크는 아람코에서 액화천연가스를 공급받아 수소를 추출하고, 이산화탄소는 다시 아람코로 돌려 보낼 계획입니다. 화석연료를 개질해 수소를 생산할 경우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죠. 이 때문에 친환경적이지 않은 그레이 수소가 만들어집니다. 현대오일뱅크는 수소 생산공정서 나온 이산화탄소를 다시 아람코로 돌려보내는 만큼 보다 효율적으로 블루수소를 생산한다고 할 수 있네요.

현대오일뱅크는 아람코에서 천연가스를 공급받는 것 만으로 현재 생산량과 비교할 수 없는 규모의 수소를 만들 수 있는 셈입니다. 

아람코가 현대오일뱅크의 수소 사업을 지원하는 이유는 이득이 되기 때문입니다. 아람코는 현대오일뱅크의 지분 17.0%를 보유한 대주주입니다. 현대오일뱅크가 석유 중심의 사업구조를 탈피해 수소 등 새로운 사업구조를 갖는게 대주주인 아람코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관건은 아람코의 수소 사업입니다. 알코와이테르 아람코 CTO는 “탄소 포집과 격리 기술에 투자할 필요가 있고, 무탄소 제품을 포함해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시킬 것”이라며 수소 사업에 진출할 의사를 밝혔습니다. 아람코는 천연가스를 활용해 블루 암모니아를 만들고 이를 개질해 수소를 만들 계획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으로 아람코의 포트폴리오는 석유와 천연가스, 수소까지 다양해지는거죠. 그렇다면 현대중공업그룹의 수소 사업에는 영향이 없을까요.

현대오일뱅크는 그린 수소(물을 전기분해해 생산한 수소) 생산 기술이 없는 만큼 블루 수소를 우선적으로 생산하고, 추후 수소 생산 기술을 고도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현대오일뱅크는 현대중공업그룹이 보유한 플랜트 기술을 바탕으로 그린수소를 생산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레이수소에서 블루수소로, 그린수소까지 수소 생산 능력을 강화하는거죠.

현대중공업그룹의 한계…’수소 저장 및 활용 기술’

현대중공업그룹의 수소 포트폴리오 중 가시화된 건 수소 생산 뿐입니다. 수소를 저장하고, 유통한 후 활용하는 단계까지는 구상만 있지 구체화된 게 아직 없습니다.

수소를 에너지로 활용하려면 기체 상태인 수소를 고압으로 압축하거나, 영하 253도의 극저온으로 액화해야 합니다. 수소는 상온에서 기체로 존재해 에너지 밀도가 낮고, 저장과 운반이 어렵습니다. 그런데 기체로 저장할 경우 저장 압력이 높아져 수소 저장 용기의 무게가 증가합니다.

액화 방식은 수소 기체를 800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어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죠. 하지만 액화수소는 하루에 2~3%씩 증발해 에너지 손실이 큽니다. 액화 방식은 운송용에 적합하지만 역설적으로 운송용으로 활용하는데 한계가 뚜렷합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아람코와 협력을 통해 수소를 대량생산할 수 있지만, 수소를 유통하기에는 기술력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한화그룹의 계열사인 한화솔루션이 수소 탱크업체 시마론을 인수한 것도 수소 압축 기술 때문입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수소를 유통하려면 수소 압축과 액화에 필요한 기술을 독자 개발하거나 M&A를 추진해야 합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수소 에너지 활용 방안으로 수소 추진선과 수소 연료전지를 꼽았습니다.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는 수소 연료전지 생산을 위해 M&A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죠. 다만 국내에서도 현대자동차와 두산퓨얼셀, 블룸SK퓨얼셀 등이 수소 연료전지 시장에 진출해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현대오일뱅크는 수소 연료전지 시장에서는 후발주자인 셈이죠. 계열사인 현대일렉트릭과 현대건설기계에서 수소 연료전지를 자사의 발전설비와 건설기계에 활용한다고 하지만, 계획일 뿐인거죠.

조선 계열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수소 추진선 개발에 들어갔습니다. IMO의 환경규제가 강화되는 시기까지 시간이 좀 남은 데다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선박이 종언하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전망입니다.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1분기 보고서를 통해 “과도기적으로 수소 추진선이 고려되고 있다”며 “고유황유와 저유황유의 가격 차이가 많이 날 경우 그에 따른 경제적인 이점으로 길게는 10년 이상 산업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렇듯 현대중공업그룹의 수소 포트폴리오는 수소 생산 부문에만 현실적인 강점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수소 경제가 먼 미래를 보고 준비하는 산업인 만큼 수소 유통과 활용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는 건 분명합니다.

현대차그룹과 SK그룹, 포스코그룹 등은 수소 경제의 도약을 앞당기기 위해 밸류체인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들 그룹은 수소 시대를 선점하기 위해 각자가 경쟁력 있는 분야를 ‘수소 기업 협의체’를 통해 협력하기로 했죠.

이런 점을 고려하면 현대중공업그룹도 서둘러 수소 유통과 활용 분야의 밸류체인을 강화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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