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업계 1등·만년 적자’의 부조화를 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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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선사 1위’ HMM(옛 현대상선)이 20분기째 이어진 지독한 적자의 꼬리를 드디어 끊어냈습니다. 5년 하고도 3개월 만에 이익을 낸 셈인데요. 평소에도 못낸 이익을 코로나 사태라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냈으니 그야말로 ‘코로나의 역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실 그동안 HMM에게 ‘국적선사 1위’는 꽤나 불편한 타이틀이었습니다. 지난 2016년 한진해운 파산으로 정부에 의해 얼떨결에 넘겨 받은 것이지만, 실상은 채권단 관리를 받는 처지였기 때문이죠. 업계 1등임에도 불구하고, 국민 혈세까지 투입하는 데 만년 적자만 내고 있었으니 가시방석이 따로 없었습니다.

그래도 시장에선 시간이 지나면, 한진해운 부재에 따른 반사이익을 HMM이 두루 챙기게 될 거라고들 단언했습니다.

헌데 웬걸요. 

시간이 흐를수록 한진해운 사태는 HMM에게 반사이익은 커녕, 주홍글씨가 됐습니다. 정부의 한진해운 파산 결정으로 한국 해운사는 정부에 의해 언제든지 사라질 수 있다는 인식이 세계 항만에 퍼졌고, 이는 HMM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습니다. 40년 글로벌 톱 10 해운사가 순식간에 사라졌으니 HMM 역시 언제고 항만에서 사라질 수 있다고 본 것이죠.  

해외 화주들은 물론이고 국내 수출기업들까지 HMM을 하나 둘씩 외면했습니다.

여기에 업계 불황이 겹치면서 HMM의 실적은 한진해운 사태 이전보다 더 나빠졌습니다. 가뜩이나 눈덩이만한 영업손실 규모가 더 불어나면서 2015년까지 2000억원 대 수준에서 한진해운 파산이 결정된 2016년 8000억원 대로 급증했습니다. 1년 새 4배나 늘어난 셈이죠. 이듬해인 2017년 적자 규모가 절반 가량 줄어들었지만, 업계 1위이자 국내 유일 원양선사가 받아든 성적이라고 보기엔 초라했습니다. 

채권단 관리를 받는 HMM으로선 비용감축 등 허리띠 졸라메는 방식으로나 대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이마저도 널뛰기하는 유가와 운임 하락 앞에선 힘을 못썼지만 말입니다. 

그런 HMM에게 훈풍이 불기 시작한 건 ‘해운대국 재건’을 약속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입니다. 정부는 지난 2018년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저비용 및 고효율화 전략으로, 오는 2022년까지 매출 51조원 달성, 물동량 2배 이상 확대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저비용 및 고효율화 전략의 핵심은 바로 대형 컨테이너선 투입. 배가 크면 당연히 선적량이 늘어나는 반면, 연료비 등 제반 비용이 중소형 선박보다 덜 들어 국내 해운 업계의 외형과 수익성이 동시에 좋아질 수 있다고 내다본 겁니다. 실제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조사에 따르면 2만4000 TEU급 컨테이너선 1척은 1만5000TEU급 컨테이너선 1척보다 연간 약 64억원(유럽 항로 기준)의 운항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HMM에 투입된 배가 바로 2만 4000 TEU급 컨테이너선 ‘HMM 알헤시라스’ 입니다. 컨테이너선 중 세계에서 가장 큰 배로, 기존 1등인  MSC 선사의 2만3756TEU급 MIA호보다도 컨테이너 200여개를 더 실을 수 있는 규모라고 합니다. 

덩치값을 좀 한 걸까요. HMM은 이 배를 지난 4월 처음 바다에 띄웠습니다. 그리곤 1개 분기 만인 지난 2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HMM의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387억원으로, 전년 동기(-1129억원) 보다 2516억원을 더 벌었습니다. 당기순이익도 281억원으로 같은 기간 무려 2288억원을 개선해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항로 합리화 정책 시행으로 매출만 1.6% 줄었을 뿐입니다. 

사실상 배 하나로 지난 5년 간의 설움을 단번에 끝내버린 셈이죠. 그것도 기업들이 아사직전이라는 이 코로나 시대에 말입니다. 

HMM의 흑자도 흑자지만, 한진해운 사태 이후 붕괴된 유럽 항로가 회복되고 있다는 점은 더할나위 없는 호재입니다. ‘HMM 알헤시라스’ 현재 유럽 항로에서 세계 최대 선적기록을 경신하며 연신 만선(滿船)을 달성 중입니다. 

정부는 앞으로도 HMM에 2만 4000 TEU급 12척과 1만 8000 TEU급 8척 등 총 20척을 투입할 계획입니다. 1척만으로도 이 정도 이익을 냈는데 20척이면…

분기 흑자를 넘어 연간 흑자도 기대해 볼만하네요.

물론  상반기처럼 하반기에도 유가 하락 기조가 이어질 지, 물동량이 따라 줄 지 알 수 없는 상황에 이같은 전망은 설레발일 수도 있습니다. 당장 경쟁선사들이 너나할 것 없이 선복량을 늘리기라도 하면 운임 하락 영향으로 당장 적자로 돌아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초대형 선박 도입으로, HMM이 드디어 업계 1위에 걸맞는 무기를 갖추게 됐다는 점, 그리고 이번 흑자 전환을 통해 무기의 경쟁력이 입증됐다는 점은 분명 주목할 만한 대목입니다. HMM의 부활은 곧 국내 해운 업계의 재건을 의미합니다. HMM의 지속성장이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이승연 기자(ysy@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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