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분식회계∙실적∙주가’의 3차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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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용 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이 지난 2일 분식회계과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1심 재판에서 검찰로부터 징역 12년 구형을 받았습니다. 검찰이 징역을 12년이나 구형한 것을 보면 하 전 사장의 죄를 얼마나 무겁게 여겼는지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과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순실 게이트’ 관련 검찰로부터 받았던 구형량이 징역 12년입니다.

하 전 사장의 여러 혐의 중 가장 중요한 혐의는 바로 ‘분식회계’입니다. 구체적으로 2013년부터 2017년 1분기까지 경영실적을 올리기 위해 약 5000억원의 매출을 억지로 끌어올렸다는 게 검찰 측 주장인데요.

다만 아직 판결이 나오지 않아 잘잘못을 판단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KAI는 고의적 분식회계는 없었다는 주장인데요. 하 전 사장 후임으로 부임했던 김조원 전 KAI 사장 역시도 다른 혐의들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했지만, 고의적 분식회계는 아니며 단순 회계상 오해라는 취지로 말한 바 있습니다.

KAI는 분식회계 논란이 발생한 이후 문제가 됐던 재무제표들을 모두 수정했습니다. KAI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사업보고서들을 살펴보면 2017년 8월 14일 ‘201420152016 사업연도’의 사업보고서가 모두 수정돼 재공시 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재 시점에서 과거 KAI의 사업보고서는 분식회계와 관련한 논란은 해소된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분식회계 논란이 발생한 지 약 3년이 지난 현재 KAI의 상황은 어떨까요. 여전히 과거 사건으로부터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을까요. 아니면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을까요. 분식회계 관련한 재판은 현재 진행 중인 만큼, 현재 KAI의 상황과 미래에 대해 살펴보는 것이 더 의미 있을 것 같습니다.

분식회계 관련 검찰의 초점은 하성용 전 KAI사장에게 맞춰져 있습니다. 김 전 사장도 떠난 후 안현호 사장을 맞이한 KAI에게는 이미 흘러간 인물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다만 금융감독원이 당시 분식회계 논란에 대해 정밀감리를 진행중인데요. 지난해 초 금감원이 통보한 과징금 규모는 80억원 수준입니다. KAI가 지난해 벌어들인 영업이익이 2800억원 수준이니 과징금 80억원이 그대로 적용된다 할지라도 회사를 뒤흔들 만한 규모는 아닌 것으로 분석됩니다.


우선 실적부터 보겠습니다. KAI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2011년도부터 쭉 보시죠. KAI는 상장 이후 2016년까지 6년 동안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1조원대 초반이었던 매출규모는 3조원으로 늘어났구요. 1000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은 3000억원을 훌쩍 넘기기도 했습니다. 실적만 놓고 보면 단기간에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과거 KAI의 실적은 수출이 늘며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방위사업청 등 내수 매출이 1조1000~12000억원 규모를 유지한 가운데 완제기 수출이 급성장했습니다. 특히 KAI가 자체 기술로 개발한 초음속 항공기 T-50 계열의 활약이 돋보였는데요. 2015년 기준 KAI의 T-50계열 매출액은 무려 1조4000억원으로 전체 매출 3조원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습니다. T-50은 현재도 KAI의 주요 수출품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시련은 2017년에 찾아왔습니다. 갑자기 2000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게 보이시죠. 당시가 처음 적자를 기록한 사업연도입니다. 분식회계 논란이 터졌던 해였죠. 전년도인 2016년 32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점을 감안하면 약 5000억원의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었던 셈입니다. 당시 KAI는 검찰 수사에 따라 인식 가능한 모든 손실을 선반영하며 대응했습니다. 김 전 사장이 KAI의 분식회계는 해석의 차이라고 말했던 것처럼 자칫 ‘오해’ 살 만한 부분을 만들고 싶지 않았겠죠. 물론 당시 적자는 분식회계 논란의 영향만은 아니었습니다. 수리온 납품이 중단되는 악재도 있었습니다.

분식회계 논란이 터진 지 약 3년이 지난 현재 KAI는 실적을 대부분 회복했습니다. 지난해 매출액은 3조1000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규모의 매출 실적을 달성했구요. 영업이익은 2800억원으로 3000억원에 근접했습니다. 방위사업청 등 내수 시장에서 수주가 늘어난 것은 물론이고, 해외 완제기 수출과 기체 부품 수출이 고르게 늘어난 덕분이었습니다.

현금흐름을 통해서도 KAI의 실적 회복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항공기 산업은 연구개발 투자규모가 거대해서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이는 돈에서 투자금 등을 제외한 잉여현금흐름은 적자를 기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KAI의 실적이 상당히 좋았던 2010년대 중반에도 잉여현금흐름은 마이너스(-)를 지속했습니다.


다만 최근 흐름은 상당히 눈에 띄는데요. 2018년에는 600억원의 흑자를 냈고 올 상반기 무려 5600억원의 잉여현금흐름을 기록했습니다. 이처럼 대규모 잉여현금흐름을 기록한 이유는 바로 영업활동현금흐름의 규모가 워낙 컸기 때문입니다. KAI가 올 상반기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은 7800억원으로 상장 이래 그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확실히 실적을 회복했다는 방증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KAI의 변화 중 눈여겨 볼 것은 또 있습니다. 바로 신용도 회복입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분식회계 논란이 터진 이후 KAI의 신용등급(AA-) 아웃룩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는데, 올해 3년 만에 다시 ‘안정적’으로 바꿔 달았습니다.


자신감을 얻은 KAI는 곧바로 공모채 시장을 찾았습니다. 지난 3년간 사모채 시장만 찾다가 올해 5월과 11월 공모채 발행을 마무리했는데요. 조달규모도 2000억원, 3000억원으로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처럼 공모채를 통한 자금조달은 결과적으로 이자비용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공모채는 신용평가를 받아야 하고 각종 공시를 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대신 이자가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과거 사채발행 내역을 보면 확연한 이자율 차이가 드러납니다. 2018년 두 차례 발행한 사모채 이자율은 3.2%구요. 2019년에 발행한 사모채의 이자율은 2.3%입니다. 이에 반해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발행한 공모채의 이자율은 각각 2.48%, 1.79%입니다. KAI가 연평균 100~200억원을 이자비용으로 지출하는 것을 감안하면 공모채 시장 복귀는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KAI는 분식회계 논란으로 인한 실적 악화도 어느정도 회복했고, 신용도도 마찬가지로 과거로 복귀했습니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주가는 어떨까요. 과연 과거 수준을 회복했을까요.


위 그래프를 한 번 보시죠. 좌우 양쪽이 가라 안고 가운데가 봉우리처럼 솟은 모양입니다. 바로 KAI의 지난 10년간 주가 추이를 축소한 그래프인데요. 실적은 회복했지만 현 시점에서 주가를 회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9일 종가는 2만3000원인데 이는 거의 2011년 상장 초기 수준과 비슷합니다. 최고가를 기록했던 2015년 8월 11일의 주가는 무려 106500원입니다. 현재 주가에서 5배는 뛰어야 하는 셈이죠.

시각을 좁혀봐도 KAI의 주가 회복은 요원해보입니다. 올 1월 2일 주가가 3만3800원이니 코로나19가 터지기 전 수준도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KAI 주가와 관련해서는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도 한 차례 논란이 있었는데요. KAI의 주가가 계속바닥을 기자 최대주주인 수출입은행이 손상차손으로 인식한 금액이 4455억원에 달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방문규 수출입은행장은 KAI주식을 매각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었죠.

물론 방 행장이 언급한 주식매각이 일부 매각인지 아니면 전량 매각인지까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과거부터 민영화시키려는 시도가 수 차례 있었던 만큼, 전량 매각 가능성도 작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수은과 KAI는 과연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을까요. 아니면 서로 헤어지게 될까요.

김성진 기자(jini@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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