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의 슬기로운 재활 계획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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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가 올 3분기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흑자 난 게 뭐가 대수롭냐구요. OCI에겐 사건입니다. 무려 7분기 연속 적자를 드디어 끝냈기 때문이죠. 2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손실만 나다 보니 ‘만성적자’, ‘적자악몽’ 등의 표현들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물론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닙니다. 흑자 규모가 크지도 않고 그동안 누적된 대규모 투자 때문에 가중된 재무부담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산더미입니다. OCI가 이번 흑자를 반전의 계기로 삼을 수 있을지 그래서 관심입니다.

OCI 실적개선의 핵심은 바로 태양광 폴리실리콘 사업입니다. OCI를 2년간 적자 빠뜨린 원인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경영 정상화로 이끌 수 있는 열쇠이기도 합니다. OCI의 미래가 폴리실리콘 사업이 속한 베이직케미칼 부문 수익성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지나쳤던 태양광 투자?

OCI는 14년 전인 2006년 폴리실리콘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태양광 에너지 성장 가능성을 대체에너지 중에서 가장 높다고 판단하고 대대적인 투자를 벌였죠. 폴리실리콘은 태양광 사업의 토대가 되는 기초 소재인데요.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로 이어지는 태양광 사업 밸류체인 가장 앞단에 위치해 있습니다.


OCI는 군산 공장에 연산 5000톤 규모의 폴리실리콘 생산 공장을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갔습니다. 지난 10년 간 폴리실리콘 생산능력 추이를 살펴보죠. 2010년 연간 3만톤 수준의 생산능력은 2019년까지 꾸준히 증가합니다. 2015년 군산공장 증설을 통해 약 5만톤으로 생산규모가 늘어났고, 말레이시아의 2만톤 규모 폴리실리콘 공장 인수와 함께 또 한 번 확장했습니다. 2019년에는 생산규모가 거의 8만톤까지 늘어났습니다. 이것만 놓고 보더라도 OCI가 폴리실리콘 사업에 얼마나 공격적으로 투자했는지 충분히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꾸준한 투자 속에서 실적은 좋았을까요. 글쎄요. 과거 추이를 보면 롤러코스터를 탔습니다. 엄청난 적자가 나기도 했고, 또 엄청난 흑자가 나기도 했습니다. 2013~2015년에는 3년 연속 적자가 나며 총 3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냈는데요. 또 2016년과 2017년에는 2년 연속 흑자를 내며 총 2500억원을 벌어들였습니다. 그러다 2018년부터 다시 적자모드로 돌아섰죠. 한 가지 확실한 건 절대 안정적이고 탄탄한 사업은 아니었다는 거죠. 오히려 시장의 불확실성을 과감한 투자로 압도하고자 했던 것으로도 보입니다. 결과적으로 너무 무리하다 부상을 당한 것 같지만요.

적자 원인에 대해서는 이미 기존 언론들을 통해 많이 분석됐습니다. 폴리실리콘의 생산비용과 판매가격 간 차이가 줄어든 탓인데요. 무엇보다 세계 최대 수요처인 중국의 수요 축소와 공급확대가 가장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시장 가격이 낮게 형성되다 보니 마진을 남기며 팔수가 없었던 거죠.


올 초 가동 시작한 ‘재활 프로젝트’ 성과는

OCI가 이런 상황에 처해있다보니 올 3분기 흑자를 낸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성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체 영업이익은 181억원을 기록했는데요. 지난해 같은 기간 564억원 손실과 비교하면 확 달라진 성적입니다. 655억원의 손실이 났던 베이직케미칼 부문에서 220억원의 이익이 발생한 덕분입니다.

3분기 흑자 전환은 올 초부터 시작된 ‘재활 프로젝트’가 잘 가동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위 OCI 생산능력 추이 그래프에서 눈에 띄는 점이 하나 보이지 않으셨나요? 2019년까지 순탄하게 우상향하던 그래프가 2020년 돌연 곤두박질 칩니다. 생산규모는 연간 3만톤 정도로 급감했는데요. 10년 전인 2010년 당시 규모로 회귀한 수준입니다.

이미 잘 알려졌다시피 올 초 OCI는 군산공장에서 태양광 폴리실리콘 생산을 중단했습니다. 국내 사업을 완전히 철수하고 해외에서만 태양광 폴리실리콘을 생산한다고 밝혔죠. 대신 국내서는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생산으로 일부 갈아탔습니다. 성과는 바로 나기 시작했는데요. 반도체용 웨이퍼를 생산하는 기업인 SK실트론과 2026년까지 약 2775억원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또 올 초 포스코케미칼과 손잡고 과산화수소 사업 합작사인 피앤오케미칼을 설립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OCI가 이번에 흑자를 낸 데는 약간의 ‘운’도 작용했습니다. 태양광 폴리실리콘 세계 1위 업체인 중국 보리협흠에너지(GCL)가 대규모 폭발 사고로 생산에 차질을 빚었고, 중국 통웨이의 자회사도 홍수 탓에 공장 가동을 멈추기도 했습니다. 공급이 줄어들며 자연스레 폴리실리콘 가격이 올라 OCI에겐 호재였죠. 현재는 업체 모두 공장 가동 정상화에 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통웨이의 2만톤 규모 생산공장은 가동이 중단됐다가 지난주에 다시 재개를 했다”며 “GCL은 크게 사고난 곳은 여전히 가동이 중단 상태지만 피해가 미미했던 일부라인을 중심으로 생산재개가 시작됐으며 지난 10월까지 가동률을 50%로 복귀하겠다고 밝힌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OCI의 뼈를 깎는 노력도 무시할 수 없어 보입니다. OCI 3분기 실적자료에 기재된 ‘OCI 말레이시아공장(OCIMSB)’ 원가절감 로드맵을 보시죠. OCIMSB는 2019년 전년 대비 원가를 무려 33% 절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재료비 11%, 유틸리티비 7%, 감가상각비 2%, 고정비 14%를 줄였습니다. OCI는 올해 2018년 대비 원가를 59% 수준까지 줄인다는 계획인데요. 얼마나 허리띠를 졸라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입니다.

물론 단 한 분기의 성적만 갖고 OCI ‘재활 프로젝트’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판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폴리실리콘 가격이 매출원가를 웃도는 수준을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수 있습니다. 또 폴리실리콘을 결제하는 데 주로 쓰이는 통화인 달러화가 지나치게 약세를 보이지 않는 것도 중요하겠죠.

OCI의 올 초 국내 태양광 폴리실리콘 생산 중단은 상당히 중요한 결정이었습니다. 14년 전 처음 꼽았던 태양광 사업 깃발을 제 손으로 다시 뽑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것은 내부적으로 어떤 절박함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OCI는 2020년을 변화의 원년으로 삼고 재도약할 수 있을까요.

 

김성진 기자(jini@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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